대충 얇은 요 한 장 깔고 개와 돼지 인형 그리고 커다란 베개를 올려놓은 채 생활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새벽마다 거실로 나갈 거라며 문 열라고 짖는 송이 때문에 푹 잔 게 언제였나
대충 얇은 요 한 장 깔고 개와 돼지 인형 그리고 커다란 베개를 올려놓은 채 생활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새벽마다 거실로 나갈 거라며 문 열라고 짖는 송이 때문에 푹 잔 게 언제였나 기억도 안 나고 요즘 부쩍 그때의 내가 떠올라 머리를 쥐뜯을 때도 있지만 뭐, 꽤 괜찮게 여름을 마무리하고 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여름이 아니라 그냥 무덤덤하게 흘러가는 여름이었던 것 같다. 몇 장 남지 않은 필름을 그냥 아무거나 찍고 맡길까 싶어 가방에 넣고 다녔지만 막상 카메라를 꺼내고 싶은 순간들은 없었고 길을 걷다 개나 고양이를 만나면 아는 척만 하고 지나갔다. 흐르듯 보냈다. 비타민을 챙겨먹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바라보고 기억하고 떠올리고 생각하고. 11시 59분이 되면 준비하고 있다가 생일 축하한다는 메세지를 보내야겠다. 우리가 만나는 날 필름 카메라를 챙겨 친구의 웃는 모습을 찍어야지 -- source link